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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돌봄이라는 명찰을 달고 병원 복도를 헤매던 할머니

복지포커스 편집팀 2026. 6. 21. 23:23

지난 3월 어느 목요일 오후, 경기북서부 한 대학병원 사회사업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윤 과장님, 76세 할머니가 내일 퇴원인데 집에 혼자예요. 통합돌봄 신청해도 될까요?" 병원은 매일 이렇게 누군가를 내보낸다. 그리고 우리는 받아야 한다. 그게 통합돌봄이라고 했으니까.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전화는 연결고리 없이 끝났다. "일단 복지관에 가보세요" 이 한마디로. 지금은 다르다. 내가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데이터로 보여줬다. 우리는 사업을 하고 있고, 지자체는 이걸 숫자로 평가한다.

 

통합돌봄 상반기 통계를 읽으며 현장에서 느낀 건 묘한 긴장감이었다. 신청 수치, 지역별 현황, 연계 현황—이 수치들이 단순한 보도가 아니라는 걸 20년 현장 경험이 말해준다. 이건 순위표다.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는지 명백히 드러나는 순위표.

 

지자체 간 경쟁, 현장은 너무 빨리 돌아간다

 

내가 만난 지자체 담당자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이번 달까지 신청자 몇 명 나왔어요?" "다른 자치구는 얼마나 됐어?" 묻지 않아도 느껴진다. 보조금과 인센티브가 걸려 있다는 걸.

 

3년 전만 해도 "통합돌봄이 뭐냐"고 묻는 지자체장도 있었다. 이제는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우수 지자체에 추가 예산이 간다는 신호가 나오자마자 말이다. 이건 비난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채찍'을 들었으니까다.

 

그런데 현장의 속도가 정책의 속도를 못 따라간다. 우리는 3,000건 사례를 해왔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복지사는 모자라고, 의료기관과의 연계는 어색하고, 무엇보다 "병원 퇴원 환자는 3.1%"라는 통계가 우리의 현실을 말해준다.

 

지금 우리가 받는 신청자는 대부분 이미 지역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했던 사람들이다. 동사무소에서 알려주고, 복지관에서 연결해주고, 그럼 통합돌봄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된다. 하지만 진짜 테스트는 앞에 있다. 급성기 의료를 받고 나온 환자들이 대거 신청하기 시작할 때다.

 

그때는 우리 네트워크가 병원까지 닿아야 한다. 의사와 간호사 눈에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여야 한다. 지금 당신의 기관이 그 준비를 하고 있는가?

 

장애인이 1/3, 그럼 너는 준비됐나

 

신청자 중 장애인이 33.4%라는 숫자가 내 눈에 띈 건 그 뒤의 침묵 때문이다. 원문에는 이렇게 나온다: "장애인복지 기관들이 통합돌봄을 노인복지 영역의 사안으로 거리를 두고 있었다면, 이제는 달라야 한다."

 

맞다. 내가 만난 장애인복지 담당자들 중 절반 이상은 통합돌봄을 "노인 사업"으로 봤다. 자기들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신청자 중 셋 중 하나가 장애인이라고 말한다.

 

더 심각한 건 노인과 장애인이 겹치는 부분이다. 60대 후반 지적장애인 아버지를 돌보는 50대 장애인 자녀. 이런 경우가 내 사례에만 100건은 넘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장애인 서비스도, 노인 서비스도 따로가 아니다. 통합돌봄이 제대로 된 통합돌봄이 되어야 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장애인 기관이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이 고리는 끊긴다. 역할 분담이 애매해지고, 책임 회피가 생기고, 결국 대상자가 피해를 본다.

 

가사지원, 이동지원, 밥 먹기—가장 절박한 게 가장 실질적이다

 

통계에서 눈에 띈 서비스는 가사지원과 식사지원이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동시에 가장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통합돌봄"이라고 하면 거창한 케어 플랜, 의료진과의 회의, 복합적 개입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장 대상자들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안전하게 화장실을 갈 수 있으면 된다는 거다.

 

내가 지난주 만난 78세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의사 만날 돈도 있고, 약도 먹는데... 그냥 밥만 좀 챙겨주면 돼요." 40년을 노가다로 일한 분의 진심이었다.

 

우리 기관에서 가사지원 서비스 신청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이유가 있다. 그건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지, 트렌디해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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